구병모의 장편 『아가미』를 읽고 이 작가의 단편도 읽고 싶던 차에, 이 책에 구병모의 단편 ‘재봉틀 여인’이 수록되어 있다는 걸 알고 읽게 되었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선정되었던 열 편의 화제작들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듀나, 「디북」, 이 작가의 작품은 예전에 몇 편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에 비해 덜 불쾌하고 덜 거부감이 든다. 의도적인 위악은 없는데 좀 밋밋한 느낌
이영도, 「에소릴의 드래곤」, 이름은 많이 들었으나 작품은 처음 접했다. 원래 이영도의 색깔에 부합되는 작품인지 아니면 다소 예외의 작품인지 알 수 없으나 동화 같은 소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은림, 「만냥금」, 마트를 뛰쳐나간 아들은 그 길로 가출을 한 걸까? 그 이후 행적이 묘연. 그럴 거면 차라리 남자 주인공 혼자 노숙하는 걸로 설정을 하든가. 짧은 단편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아들, 좀 황당하다. 이야기 참 허술하네, 했는데… 다 읽고 나면 다시 중간쯤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유는? 읽어보시라. 돈에 눈이 어두우면 부모가 자식이 없어진 것도 모르게 되는 법인가 보다.
구병모, 「재봉틀 여인」, 짧은 이야기. 예전에 읽은 동화가 생각난다. 왕자와 결혼하려 눈물을 판 소녀. 왕자와 결혼했으나 아들이 죽어도 울지 못하고 낭랑하게 웃기만 하는. 그래서 결국 그녀는 왕궁에서 쫓겨났던가
장은호, 「생존자」, 수인의 딜레마. 인간에게 합리적 선택이란 가능할까? 남은 사람들을 끝까지 100% 신뢰할 수 있을까? 매우 긴장감 있고 스피디하게 조여 오는. 동일한 상황에 처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정명섭, 「바람의 살인」, 배경은 고구려지만, 군 의문사를 빗댄 이야기다. 그런데 배경이 고구려인데 왜 모두 현대 서울말을 쓸까? ^^;
최혁곤, 「밤의 노동자」, 이제는 잘 나가는 배우인 전 여친에게서 살려달라는 전화가 온다. 이 남자는 기자고 연쇄살인을 목격한 한 여자를 보호하고 있다. 전 애인이라고는 해도 살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그냥 말 수가 없다. 비오는 하룻밤의 이야기.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피식. 구체적으로 아는 지명들이 나오면 아무래도 재밌다. 스토리 자체나 이야기가 가지는 하드웨어는 신선하지도 않고 충분히 유추 가능하나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갈호태의 존재가 긴장의 완급을 적당히 조절해주고.
김탁환, 「실 인간-평화로운 전쟁」, 뻥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설렁설렁 실실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데, 이걸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에세이라고 해야 할지. 다 읽고 나면 검색창에 강, 영, 호 세 글자를 입력하고 있을 거다. 이 소설은 그 양반에 대한 오마주라고 해두자(흠,그런데 드라큘라라기보다는 암 사마귀처럼 생긴 듯.--;).
* 강영호, 김탁환의 『99: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장편 연작소설이 실제로 존재한다. 허,참, 이 양반. 작품 하나로 자기 작품 몇 개를 PR하는 건지. 거기다 상상사진관 PR까지. 꿩 먹고 알 먹고. 완전 고단수 되시겠다. 이 작품 재밌게 읽은 사람이라면 두 양반이 같이 쓴 『99: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로 고고씽하면 되겠다.
임태운, 「가울반점」, 짬+짜, 짬+탕, 혹은 짜+탕 같은 맛? 이종 하이브리드의 결합체라고 해야 하나? 울렸다 웃겼다 겁줬다 웃겼다 ‘짜장면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한다. 이게 전라도 사투리인가? 암튼 사투리도 정겹다. 수록된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문지혁, 「체이서」, 안드로이드 체이서(일종의 탐정) 이야기. 뭔가를 판단하기엔 이야기가 지나치게 짧다. 그런데 이 책은 전반적으로 오타가 너무 많다. 한 작품에 평균 하나 이상의 오타가 있는 듯.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이렇게 오타가 많으면 작품 전체에 대한 이미지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장 아쉬운 부분. 각 작품별 오타는 다음과같다(인간적으로 너무 많다, 싶을 수도 있겠다).듀나, 「디북」. 20쪽. 위에서 네 번째 줄.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의 정신 기능 자체는 별다른 다음에 무슨 연유인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 한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한 줄 띄어짐. 한 문장이므로 별다른 이후 붙여 써야 함. 아주 기본적인 것을 교정하지 못한 실수임.
25쪽. 첫 번째줄. 수비학 은 뭘까? 수리학 의 오타? 확인해볼 것.35쪽. 여섯 번째 줄. 첫 문단의 마지막 부분. 힘놈의 골짜기 가 아니라 힌놈의 골짜기 가 바른 표현 아닌가? 그쪽 계통에서는 어찌 쓰는지 알 수 없으나, Gehenna (이것도 게헨나 보다는 게헤나 가 맞다. 듀나는 게헨나 라고 쓰고 있지만. 같은 쪽 한 줄 위.)는 보통 힌놈의 골짜기 라고 부른다.이영도, 「에소릴의 드래곤」. 67쪽. 밑에서 다섯 번째줄. 킹얼거리는 . 내가 알기로 우리말에 킹얼거리다 라는 표현은 없다. 아무래도 칭얼거리는 의 오타일 듯.
76쪽. 밑에서 여덟 번째 줄. 나리메 공주는 손목에 경련이 나도록 철창 은 움켜쥐었다. 문맥상 철창을 이라고 해야 됨.76쪽. 밑에서 두번 째줄. 목이 멘 공주는 철창을 매달려 거세게 기침했다. 철창을 을 철창에 로 바꾸어야 문맥에 맞음. 정명섭, 「바람의 살인」. 180쪽. 위에서 일곱 번째 줄. 불씨만 갔다대면~. 갔다대다 가 아니라 갖다대다 가 맞다. 이 역시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교정하지 못함.
최혁곤, 「밤의 노동자」. 243쪽. 밑에서 다섯 번째줄. 마지막 문단이 시작하는 첫째 줄. 채유지 관한 모든 것을~. 채유지에 와 같이 적절한 조사를 넣어주는 것이 문맥상 자연스러움.
김탁환, 「실 인간-평화로운 전쟁」. 263쪽. 첫 번째 문단, 밑에서 두번째 줄. 종이를 마루 뭉쳐~. 마루 뭉치다 가 뭘까? 내가 하는 한 한국어엔 없는 표현이다. 뭔가의 오타일까? 짐작도 할 수 없다. 혹은 내가 모르는 관용적 표현?
임태운, 「가울반점」. 313쪽. 밑에서 네 번째 줄. 코로코롬 되부렸다. 그렇게 의 사투리는 고로코롬 임. 명백한 오타.337쪽. 밑에서 네 번째 줄. 아버지의 말에서 나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말에서 대답이 나온다는 표현은 어색하다. 입에서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338쪽. 위에서 다섯 번째 줄.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느나. 문맥상 하느나 가 아니라 하느니 어야 함.문지혁, 「체이서」. 346쪽. 두번째 문단. 앞에서 작가가 설명한 걸 따르자면 미래의 어떤 한 시기인 이 때는 책이나 책방이라는 개념도 희미할 때이다. 그런데 어떻게 책상이나 책장이 있을 수 있지? 설사 그런 역할을 하는 가구가 있더라도 명칭은 다르게 불러야 하는 거 아닐까? 또 하나. 의뢰를 받고 수령할 현상금 역시 단위가 불 이다. 미래의 어느 시기라면, 그리고 지금 이곳이 어느 국가인지도 모호한 그런 상태를 가정한 것이라면 화폐의 단위 역시 바꾸는 게 타당한 듯 하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 인기 장르 소설집
2009년 4월부터 1년간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선정된 장르 문학 85편 중 인기 작품 10편을 모은 장르문학 단편 모음집이다. 드래곤 라자 의 이영도, 눈먼 시계공 의 김탁환, 위저드 베이커리 의 구병모, 대리전 의 듀나, B컷 의 최혁곤을 비롯하여 한국 장르 문학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신작들이 실려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이 시대의 인기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다양한 작가만큼 판타지, 추리, 호러, SF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실려 있다. 동화처럼 공주를 납치한 용과 이를 구하려는 기사라는 전승에 독특한 조미료를 가미한 이영도의 「에소릴의 드래곤」을 비롯하여,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류 멸망의 징조에 대해 다룬 「디북」, 자장면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과 함께 담은 임태운의 「가울반점」, 연쇄살인범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다룬 「밤의 노동자」 등 화제가 된 인기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본다.
디북 The Dybbuk _ 듀나
에소릴의 드래곤 _ 이영도
만냥금 _ 은림
재봉틀 여인 _ 구병모
생존자 _ 장은호
바람의 살인 _ 정명섭
밤의 노동자 _ 최혁곤
실 인간 - 평화로운 전쟁 _ 김탁환
가울반점 _ 임태운
체이서 _ 문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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