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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촌 레이첼


맨뒤에 한 이십여페이지를 남기고서 난 정말 정신없었다. 그녀가 과연 결백한지 아닌지 내 마음에 이미 판결을 내리고서, 과연 작가는 어떤 엔딩을 준비했을지 (사실 너무 궁금해서 1951년도 리차드 버튼과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영화를 살짝 봤다 ㅡ.ㅡ), 그녀는 과연 이 작품 안에서 어떤 결과를 안게될 것일지. 정말 이 작품은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예전에 [레베카]의 영화버전(물론,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안 폰테인 만으로도 흡족한 작품) 을 꽤 재밌게 봤지만 (여주처럼 나도 순간 맥심에게 반했다) 원작 소설은 너무 지루해서 (이건 이제까지 나온중 가장 오래된 버전임을 밝힌다) 좀 잡기가 꺼렸다. 그런데,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음미하고, 한 장면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연상되고 (앰브로즈 애슐리 부인이 나타나 집안을 바꿀까 걱정했던 집사는 레이첼이 등장하자 온 힘을 다해 집안의 온갖 최고급 집기를 내오고, 방문객마다 이름과 지위를 호명하며 상류층 집안의 예의를 과시하며 행복해한다. 루이즈는 남주와 같이 애슐리부인에 대한 온갖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다 그녀의 등장과 그녀의 여성적임에 적대적, 체념, 두려움 등등을 느낀다) 이런 것들이 문장엔 바로 직접적으로 묘사되어있지는 않지만 글에서 느낄 수 있고 상상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어 너무나도 읽기가 즐거웠다.콘월의 바닷가의 풍족한 영지에서 부와 존경을 받고 사는 애슐리가. 앰브로스는 부모를 잃은 조카 필립과 살고 있으며, 그는 나이차가 많이 아는 조카에게 거의 아버지와 같은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영주로서 지역의 재판에서 치안판사로도 판결을 내리는 그는, 냉정하고 합리적이고 또...여성을 혐오한다. 어릴적 필립을 때린 유모를 내보낸뒤 집안은 거의 남성피고용인들로만 운영된다. 그런 그가 조카를 두고 이태리로 여행을 떠나고...결혼 소식을 알려온다. 행복한 이야기는 잠깐뿐, 꽤 이상한 편지가 보내져오고 이는 결혼한 아내 레이첼에 관한 의심과 자신이 빠진 위험, 혼란 등에 관한 것이다. 참을 수 없는 필립은 이태리의 피렌체로 떠나고 거기서 앰브로스의 사망을 직면한다. 개와 같은 순진한 눈망울을 가진 하인가족만이 남은 피렌체의 저택은 멈춰버린 분수와 식물들만 남아있을뿐, 과부가된 레이첼 마저 앰브로스의 모든 물건을 가지고 떠났다는 것.애슐리집안과 결혼한 코린가의 아버지를 둔 레이첼은, 책임감없는 아버지를 잃고 부를 욕심내지만 자제력 상과 동시에 미모를 잃은 이태리인 어머니와 고생을 하며 살다가 부유한 이태리 귀족 상갈레티 백작 결혼하였고, 따로 정부를 두었다는 의심으로 결투를 신청한 남편의 죽음으로 연이어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삼촌을 잃은 필립은 레이첼에 대해 계속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미워하지만, 정작 영국로 돌아가 만나게 된 레이첼은 작은 몸집과 작은 손을 지닌 여인이었다.2017년도판 영화처럼 눈에 확 뜨이는 아름다움과 한눈에 반하는 그런 반전은 없지만, 소설 속에서는 필립이 점점 더 이 레이첼의 여성성과 부드러움과 안정에 가드를 내려놓고 그녀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제 같이 상상을 했던 루이즈를 부정하며, 그녀와만의 시간과 공간을 탐낸다. 그리고 이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뻇어간 레이첼을 원망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그녀를 차지했던 앰브로스를 미워한다.하지만, 다시 발견된 편지. 그리고 25세 모든 재산에 대한 행사권을 받게된 뒤의 그녀의 태도. 과연 그녀는 앰브로스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여자라고는 루이즈, 그것도 여자라고 생각하지않는 친구와 삼촌 앰브로스, 그리고 감정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마을사람들 (단 몇십분만의 대화로 레이첼은 필립보다 더 사람들에 대해 잘 알 정도). 그렇게 사람과의 관계와 감정처리에 미숙한, 나이만 먹은 이 24살의 청년은 지위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우월하다고 느끼고 너그러우려 하지만, 실상 그 누구보다 세상살기에 부족하다. 그런 그와 달리 매우 조용히 집안과 이 마을의 세계에서 애정과 존경을 얻어가는 레이첼을 만나고, 레이날디의 말처럼 중독되기 쉬운 위험에 처한다. 과연 이 청년이 사랑에 빠진 레이첼은 운명이 가혹한 부드럽고 아름다운 처자일까, 아니면 무절제한 사치를 감당할 남편을 고르고 또 그의 간섭을 물리칠만큼 교묘한 것일까.파더피겨의 상실에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옮겨가는 남주의 모습과,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결정짓는 독재자적 이미지에서 순진무구한 비극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여주의 모습, 그렇지만 모호한 죽음의 증상인지 원래 있었 냉철한 판단의 결과인지 앰브로스가 남긴 편지로 인해 여주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순간 등 한순간도 지루할 순간 없이 가슴은 두근거리고, 그 어느것도 확실하지않음이 주는 미스테리함이 전해주는 스릴은 끝내준다. 이제사 나는 데임 (Dame) 대프니 듀 모리에 여사가 서스펜스의 여제 이며 최고의 이야기꾼 임을 인정할 수 있다. respect! P.S: 이 순간의 느낌을 좀 더 간직하고 이게 고착화 될 떄까지는 2017년판 영화는 좀 나중에 볼 예정 (이건 원작과 좀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하고)이고, 가장 원작에 충실한 1983년도 BBC 4부작 드라마와 1951년도 영화를 먼저 봐야 겠다.
얼음을 띄운 프로세코와인처럼 이국적이고,
이탈리아 빵 파네토네처럼 달콤하며,
뾰족한 스틸레토 힐만큼이나 위태롭다. _로저 미첼(영화 「나의 사촌 레이첼」(2017) 감독)

2017년 여름 레이첼 바이스, 샘 클라플린 주연 영화 개봉!
출간 후 70여 년간 전 세계 미스터리 팬들을 사로잡아온
‘서스펜스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최고 걸작 국내 초역

레베카 자메이카 여인숙 등 로맨스와 서스펜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작들로 수십 년간 전 세계 미스터리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온 ‘20세기 영국 최고의 이야기꾼’ 대프니 듀 모리에의 나의 사촌 레이첼 (1951)이 출간되었다. 미스터리 고전의 반열에 오른 대표작 레베카 를 시작으로 듀 모리에의 저작들을 엄선하여 꾸준히 선보여온 현대문학이 다섯 번째로 국내에 소개하는 작품이다. 듀 모리에의 나이 44세, 작가적 기량이 정점에 이르렀을 무렵 발표한 이 소설은 머나먼 타국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한 남자와 그의 아름다운 미망인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증오하면서도 서서히 그녀에게 빠져드는 젊은 상속자 필립의 이야기를 그렸다.